가을이면 꼭 한 번은 먹어줘야 하는 게 있죠. 굵은 소금 위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새우. 그런데 시장이나 횟집 수조 앞에 서면 늘 같은 고민이 생깁니다.
"이거 대하 맞아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대하'라는 이름으로 먹는 새우 중 상당수는 사실 흰다리새우입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건 다르니까요. 오늘은 둘을 구별하는 법부터, 제철에 맛있게 먹는 법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대하와 흰다리새우, 뭐가 다를까
[대하]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우리나라 토종 새우입니다. 이름 그대로 '큰 새우'라는 뜻이에요. 성격이 예민해서 잡히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로 유통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양식도 까다로워서 대부분 자연산이고, 그만큼 귀하고 값도 비싼 편이에요.
[흰다리새우]
원래 남미 쪽이 고향인 새우로, 생명력이 강하고 빨리 자라서 양식이 잘 됩니다. 국내에서도 많이 양식하고 있어요. 수조에서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새우가 있다면 흰다리새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맛은 대하가 단맛이 진하고 살이 부드러운 편이고, 흰다리새우는 살이 단단하고 탱글한 식감이 좋다는 평이 많아요. 둘 다 맛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죠.
■ 한눈에 구별하는 4가지 방법
1. 수염 길이
대하는 수염이 몸통보다 훨씬 깁니다. 몸길이의 두세 배에 이를 만큼 길게 뻗어 있어요. 흰다리새우는 수염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2. 머리 위 뿔
머리 앞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뿔을 보세요. 대하는 이 뿔이 길게 앞으로 뻗어 있고, 흰다리새우는 짧아서 머리 끝을 크게 넘지 않습니다.
3. 꼬리 색깔
대하는 꼬리 끝이 초록빛이나 연둣빛을 띠는 경우가 많고, 흰다리새우는 붉은빛이 도는 편입니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예요.
4. 살아 있는지
앞서 말했듯 대하는 잡히면 금방 죽습니다. 수조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활대하'라고 파는 새우가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해요. 자연산 대하는 보통 얼음 위에 누워 있거나 냉장 상태로 팔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언제 먹어야 제일 맛있을까
대하의 제철은 9월부터 11월까지입니다. 그중에서도 살이 꽉 차고 단맛이 오르는 10월 무렵을 최고로 칩니다. 서해안 포구 쪽에서는 이 시기에 맞춰 대하 축제가 열리기도 하니, 가을 나들이 겸 들러보는 것도 좋아요.
흰다리새우는 양식이라 사계절 내내 구할 수 있지만, 역시 가을에 많이 나오고 가격도 이때가 무난한 편입니다.
■ 신선한 새우 고르는 법
대하든 흰다리새우든 고르는 기준은 비슷합니다.
· 껍질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
· 머리와 몸통이 단단하게 붙어 있는 것
· 머리 쪽이 검게 변하지 않은 것
· 비린내 대신 바다 냄새가 나는 것
머리가 거무스름하게 변했다면 시간이 좀 지난 거예요. 머리가 쉽게 떨어지는 것도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신호입니다.
■ 집에서 대하 소금구이 하는 법
굳이 식당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1. 새우를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군 뒤 물기를 닦습니다. 수염과 뾰족한 뿔은 가위로 다듬어 주면 먹을 때 편해요.
2. 두꺼운 팬이나 냄비에 굵은 소금을 1~2cm 두께로 고르게 깝니다.
3. 소금이 충분히 달궈지면 새우를 올리고 뚜껑을 덮습니다.
4. 중불에서 껍질이 선명한 주황빛으로 변할 때까지 익힙니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분 안팎이면 충분해요.
소금은 간을 하는 용도가 아니라 열을 고르게 전달하는 역할이라, 새우가 짜지지 않습니다. 너무 오래 익히면 살이 질겨지니 색이 변하면 바로 불을 꺼주세요.
■ 버리지 마세요, 머리가 진짜입니다
살만 먹고 머리를 버리는 분들이 많은데, 새우 머리에 고소한 맛이 가장 많이 몰려 있어요.
· 머리만 따로 모아 버터에 바삭하게 구워 먹기
· 라면이나 된장찌개에 넣어 국물 내기
· 머리를 볶아 새우 기름 만들기
특히 버터구이는 맥주 안주로 한 번 맛보면 머리부터 챙기게 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흰다리새우를 대하라고 파는 건 문제 아닌가요?
A. 판매할 때 품종을 정확히 표시하는 게 원칙입니다. 헷갈린다면 구매 전에 "자연산 대하인지, 흰다리새우인지" 직접 물어보세요. 가격 차이가 꽤 나는 만큼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Q. 남은 새우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A. 바로 먹지 않을 거라면 머리를 떼고 손질해 냉동하는 게 좋습니다. 머리째 냉동하면 머리 쪽이 검게 변하기 쉬워요.
Q. 새우 먹을 때 주의할 점은?
A. 새우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식품입니다. 처음 먹는 아이나 알레르기 이력이 있는 분은 소량만 먼저 드셔보세요.
■ 마무리하며
대하든 흰다리새우든, 가을 새우는 그 자체로 맛있습니다. 다만 대하 값을 냈다면 대하를 받아야겠죠. 오늘 정리한 수염, 뿔, 꼬리 색만 기억하셔도 시장에서 당황할 일은 없을 거예요. 이번 주말엔 굵은 소금 한 봉지 사서 제철 새우 한번 구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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